활동에 대한 회고, 지침 그리고 다시 꿈

2018/10/15

 

  안녕하세요. 루트온협동조합 활동가 이룩입니다. 뜨거웠지만 푸르던 여름이 지나 1년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맑고 다채로운 가을의 한 가운데 있는 요즘입니다. 어느새 루트온 활동을 시작한지 7년 차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시작한 우리의 7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많은 이야기들과 인연들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태국 메솟 난민캠프에서 시작한 우리의 여정은 필리핀, 캄보디아, 스리랑카 그리고 네팔까지 꽤 많은 아시아의 국가들에 이어졌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참가자 친구들을 만났고, 루트온 활동을 했던 인연들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온 우리에게 온 마음을 내주는 너무나 감사한 현지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도 있었죠.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마다 준비하고 방학이면 최소 2~3개월씩 해외에서 프로그램 관련 일들을 해나가는 와중에도 지치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던 시간이었던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 시간을 통해 저와 루트온의 활동가들은 정말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호기롭게 시작했던 일을 통해 우리의 자유와 행복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며 과거의 아픔들을 하나씩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고정관념들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것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트라우마를 마주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해나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만든 두꺼운 벽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주려고 하는 몸부림은 어느 순간 외로움 혹은 고통이라는 감정으로 변해있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이 스스로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해 그리고 루트온의 전반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큰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7년 동안 계속된 프로그램은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었지만 체력적으로 소진되고 지치게 하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지치고 더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때즈음 되어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저뿐만 아니라 다른 루트온 활동가들은 이미 많이 지치고 힘든 상태였습니다. 루트온을 시작하고 어떻게든 사회에 인정받는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에 늘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렇게 모두들 지쳐가고 있는지를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 안에도 루트온만의 색깔과 힘을 불어넣을 수 없었습니다. 

  현지인들이 소외되고 참가자들은 단순화되는 해외봉사가 아니라 우리는 현지인들의 삶에 공감하고, 함께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소외 없는 해외봉사를 만들어보자 했습니다. 우리가 믿는 세상의 변화는 연대했을 때,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 찾아올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일은 생각보다 깊이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반복되는 과정속에서 활동가 개인이 소외 되었고, 그 소외는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우리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감추어진 채, 루트온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되려 강요된 생각이 되어 있었고, 울림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 프로그램까지 마치고 두달간의 시간동안 미얀마, 태국, 한국을 여행하며 많은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우리는 스스로, 서로에게 위로를 건넸습니다. 죽도로 힘들고 나니, 길이 보인다고 할까요. 모든 것이 빠르게 요구되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멀지만 조금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무엇인가 목표와 답을 가지고 앞으로 달려가는 건 빠른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고, 함께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이유는 다양한 것들이 공존하고, 그 안에서 자유와 함께한다는 아름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늘리고, 더 많은 참가자들을 받는 것보다 배낭여행을 통해 다양한 지구의 모습을 만나고, 더 공부하고 치열한 논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깊이와 우리가 앞으로 해나갈 일들에 대한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루트온이 꿈꾸는 대안적인 여행 그리고 대안의 세상이란 그런 모습입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과정 속에 있는 것. 진정한 연대란 그런 것이지 않을까요. 답을 정해놓고 함께 달려가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과정의 이야기에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는것..

  루트온은 재미있게 더 나은 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될 것입니다. 그 세상은 ‘소외’가 없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지구의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의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혹은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위한 용기를 얻을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가더라도 괜찮다고 응원해줄 수 있는 곳, 지쳤을 땐 쉬어갈 수 있는 곳, 좋은 사람들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즐겁게 이 과정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간의 시간을 통해 활동가인 ‘내’가 죽어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고, 여행은 무엇보다 설레고 재밌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알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함께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네 삶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가만 돌이켜보면 처음 우리의 시작에 답이 정해져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은연중에 상대방에게 스스로에게 답을 내리고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서로를 외롭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돌아가는 길 위에서 벌어질 일들과 만나게 될 인연들을 즐겁게 마주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함께하다보면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손잡고 걸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는 외롭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에요. 루트온과 저는 언제나 여러분들을 환영하고 함께하게 될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의 방황속에도 여전히 루트온을 응원해주고, 함께해줬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순간 다시 한번 신영복 선생의 ‘함께맞는비’의 가치를 다시한번 되새겨 봅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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