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Leon)~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1편

2019/04/11

 레온에서의 날들을 뒤로 한채 다시 길을 나섭니다. 어느새 20일을 넘게 걷고 있으니 몸은 완전히 적응한 모양인지 체력적으로는 더욱 힘들지 않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제 산티아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한국에서 고생하고 있을 활동가 동료들을 생각하며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했답니다. 복잡하게 살지 말라는 가르침을 이 길은 우리에게 주고 있지만 온전히 받기엔 버거운 모양입니다. 그래도 이 길에도 끝이 있기에 길 위에 있는 소소한 것들을 보기로 합니다. 

첫째날 우리가 들렸던 알베르게엔 이렇게 자전거 주차장도 있었답니다. 특히 레온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순례를 하는 순례객들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알베르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잠시 밖에 나와봅니다. 구름이 낀 노을을 되려 강렬해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매일 노을이 지겠지만 자주 만나진 못하지요.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것. 여행의 특별함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알베르게에서 준비해준 저녁만찬은 어느곳보다 최고였습니다. 주인분들의 순례객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푸짐한 음식이었어요.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은 요리들은 마치 가족의 따뜻함 같기도 했습니다.

 빠에야! 스페인들이 건강한 비결 중 하나가 이 음식 덕분이라고 하죠. 정말 산티아고 순례길을 와서 많이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 단연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스페인엔 이런 돌다리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이곳에 와 늘 느끼지만 간직하고 지킨다는 건 정말이지 멋진 일입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한국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스페인의 돌다리가 생각나는 건 온전히 우연은 아닐 거에요.  

 멀리서 왼편의 건물을 보며 대중목욕탕이 생각났어요. ㅎㅎ 정말로 저곳에 목욕탕이 있었다면 당장에라도 갔을 것 같네요.  

 스페인 시골의 가장 부러운 점은 이렇게 집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랍니다. 루트온의 필리핀 프로그램 마을인 Besao에서도 사람들이 모이고, 아이들이 뛰놀아 마을이 늘 생기넘치지요. 결국 사람이 모여야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가지의 색보단 다양한 색이 우리를 더 즐겁게 하지 않을까요.

 마을을 들어서면 이렇게 돌길 위에 가야할 방향이 그려져 있곤 합니다. 

 아스토르가라는 마을엔 가우디가 지은 작은 성이 있습니다. 장난감 성 같기도 하고,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미니어쳐 같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가까이서보면 생각보다 작고 아기자기 해요! 저기에선 누가 살았을까 상상해보며 길을 나섭니다.

 스페인에선 건물벽에 그러져 있는 그림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어요. 늘 누가,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했는데 바로 저렇게! 벽이 너무 커 전체가 보이지도 않을텐데 정말 섬세하게 해내는게 대단하지 않나요?

 이런 조각상을 기준으로 친구들끼리 어디쯤 걷고 있는지 확인하곤 한답니다. 함께 길을 시작해도 걷다보면 어느새 떨어져 각자가 되어 길을 걸어요. 뜨거운 태양아래 걷고 있다보면 저 물 한모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 조각들은 성경에 나오는 구절을 옮긴 것이지 않을까? 상상해보며 걸어요.

 오래된 베이지색의 건물에 파란 페인트로 칠을 한 창문 속에는 왠지 인심좋은 노부부가 우리를 반겨줄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  

 누군가에겐 산책로, 누군가에겐 멋진 순례길이 되어주는 '길'

 그냥 일반 가정집 위에 타일로 만든 예쁜 글씨...! 순례자에게 늘 친절하던 스페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순례길은 정말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집 문 위에도 길의 흔적이 있는 걸 보면요.

 저 글씨를 보곤 카페나 알베르게인줄 알고 문을 두드릴뻔 했답니다 ㅎㅎ 

 다시 만나게 된 아주 오래된 돌다리... 오래된 것은 언제봐도 안정감과 정겨움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또 길을 걷다보면 누군가를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쌓인 저 수많은 돌맹이들의 마음처럼 내 마음도 보태봅니다. 이렇게 마음을 열고 작은 것들에 진심을 다할 수 있는 것, 그게 길의 힘인 것 같아요. 

길을 걸을 때마다 작지만 계속된 변화들이 찾아오곤 하는건, 내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는 작은 점인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열고 주변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고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이렇게 다시 찾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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